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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피시, 노화 연구 동물로 인기

  • 작성자노용택
  • 작성일2015-12-30 10:28:21
  • 조회수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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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동물 중 수명이 가장 짧아

현대 과학에서 노화를 방지할 수 있는 물질로 확인된 것은 라파마이신뿐이다. 남태평양에 자리 잡은 이스터 섬의 토양 속 미생물에서 처음 발견돼 항진균제, 면역억제제, 항암제 등으로 사용된 라파마이신에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2006년이다.

그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과학자들은 쥐, 초파리, 예쁜꼬마선충 등의 노화 연구 모델 동물을 이용해 라파마이신의 수명 연장 효과를 확인했다. 이 같은 동물들을 노화 연구 모델로 이용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19세기부터 이상적인 실험동물로 이용돼온 쥐의 유전자는 인간과 80% 이상이 똑같고 나머지도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유전자 때문에 생기는 병도 비슷하며, 나이가 드는 과정 및 병의 증세까지 훤하게 볼 수 있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00대 약이 모두 쥐를 이용한 임상실험에서 비롯됐다.

20세기에 들어선 초파리가 이상적인 노화 연구의 모델로 새롭게 주목 받았다. 초파리는 그 하찮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여러 모로 닮았다. 술을 먹으면 마치 사람이 취했을 때와 같은 행동을 보이며, 생체 리듬과 관련된 유전자를 조작할 경우 시차증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초파리의 유전자는 사람과 70% 이상 같다.

‘청록색 킬리피시((Nothobranchius furzeri)’가 노화 연구의 인기 모델 동물로 부상하고 있어 화제다. ⓒ Ugau, ?German wikipedia

‘청록색 킬리피시((Nothobranchius furzeri)’가 노화 연구의 인기 모델 동물로 부상하고 있어 화제다. ⓒ Ugau, ?German wikipedia

초파리의 가장 큰 장점은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60일 정도인데, 약 한 달 후부터 기력이 쇠해지고 활동량이 떨어지는 등 노화의 신호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처럼 짧은 수명으로 인해 초파리는 생물이 늙는 데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연구하기에 좋다. 더구나 초파리의 유전자는 완전히 해독돼 있어 과학자들은 그 각각의 유전자를 작동하고 멈추는 것까지 조작할 수 있다.

때문에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수행한 실험 중에도 초파리 노화 유전자 연구가 포함돼 있었다. 초파리는 우주로 나갈 경우 2배로 빨리 늙는 특성이 있다. 지금까지 초파리에 관해 발표된 논문만 해도 10만 편이 넘으며, 매일 새로운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정도다.

태어난 지 2개월 만에 노화 징후 보이는 물고기

1960년대 이후엔 흙속에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예쁜꼬마선충이 노화 연구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 받았다. 다리와 날개, 눈, 체절이 없는 이 다세포생물은 감각기관을 통해 주변의 온도와 촉감 및 냄새 등을 감지해 먹이를 찾는다.

하지만 예쁜꼬마선충은 몸이 투명해 몸에 변화가 생겼을 때 관찰하기가 쉽고, 얼려서 보관할 수 있으므로 장기관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평균 수명도 2~3주에 불과할 만큼 짧으며, 알에서 부화한 뒤 4단계의 탈피과정을 거쳐 성충이 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3일이면 충분하다.

이로 인해 꼬마선충은 다세포 생물 중에서 가장 먼저 전체 DNA의 염기서열이 분석됐다. 인간과 60~80%의 유전자가 비슷하며, 유전자 수도 약 1만9000개로서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 것. 이런 장점 때문에 노화뿐만 아니라 암 연구,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질환 연구, 유전병 연구 등에도 많이 이용된다.

그런데 최근엔 ‘청록색 킬리피시((Nothobranchius furzeri)’가 노화 연구의 인기 모델 동물로 부상하고 있어 화제다. 아프리카의 모잠비크나 짐바브웨 같은 곳에서는 우기가 되면 엄청난 비가 내린다. 그러면 코끼리 발자국에 의해 움푹 패인 곳은 물웅덩이로 변하게 된다.

이때 그 속에선 작은 기적이 일어나게 된다. 평소엔 눈에 띄지도 않던 작은 알들에서 수없이 많은 물고기들이 태어나는 것. 그 물고기가 바로 킬리피시다. 전체 몸길이가 약 6센티미터까지 자라는 이 물고기는 부화한 지 3주 만에 성체가 된다.

그러나 킬리피시는 태어난 지 2개월쯤 되면 노화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해, 비늘이 흐릿해지고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며 상당수가 종양에 걸린다. 그들이 사는 작은 물웅덩이는 강에 사는 포식자들로부터 비교적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킬리피시의 평균수명은 약 5개월에 불과하다.

전 세계 수십 군데 연구실에서 킬리피시 연구

그 전에 부리나케 짝짓기를 하여 낳은 알들은 건기가 되면 마른 흙속에서 휴면 상태를 유지하다가 다음해에 다시 우기가 찾아오면 마치 마술처럼 부화한다. 이 같은 놀라운 부화 특성으로 인해 킬리피시는 관상용 제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흙과 함께 담겨진 킬리피시의 알을 배송 받아 물을 부으면 불과 1~2시간 만에 수조 안에서 물고기가 태어나는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킬리피시가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 역시 짧은 수명에 있다. 실험쥐의 경우 수명 연장에 관한 연구를 하려면 몇 년이 소요되는 데 반해 킬리피시는 단 몇 개월이면 충분하다. 특이하게도 킬리피시는 야생보다 실험실 조건에서 수명이 훨씬 더 짧아 약 10주밖에 살지 못한다.

더구나 킬리피시는 초파리나 선충 등 다른 노화 연구 모델 동물보다 인간에 훨씬 더 가깝다는 장점을 지닌다. 양식이 가능한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수명이 짧은 것이 바로 킬리피시다. 덕분에 킬리피시를 연구하는 연구실이 전 세계에 수십 군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을 대변이라도 하듯 바이오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 ‘셀(Cell)’지 12월 3일자에 킬리피시를 이용한 노화 연구 논문 2편이 나란히 게재됐다. 그중 막스플랑크 노화생물학연구소의 다리오 발렌자노 박사팀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청록색 킬리피시의 유전체에는 독특한 단명의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는 단서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킬리피시가 노화 연구의 핵심적 역할을 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도 있다. 킬리피시가 노화 연구에 큰 가능성을 제시하는 건 사실이지만, 다른 실험동물들에 비하면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이언스타임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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